정동진에서

정진숙

정동진 가을 비 갈잎을 재울 때
갈매기 울음소리 애절하구나
끼룩끼룩 슬픔시름
곡조 따라 퍼져만 가요
가을이 오기를 은근한
기다림 하얀 겨울이
이내 올 것 같아
온갖 시름 눈꽃
속에 묻어 두려 했어요
*그러나 낙엽 뒹구는
가을이 더디더니 아뿔사
차디찬 겨울은 더욱 길기만 하여
사무치는 시름 앓이
끝 간 데를 모르겠어요
기적소리 울어라
파도야 부서져라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은
그에게 다가가 따져 봐야지
어찌해 불타는
여름날을 잊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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