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세상
작사.작곡.노래 정태춘
이제 집 사기는 다 틀렸네
예라, 더런 놈의 세상, 미친 놈의 세상
승질 나서 뒈지겠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셋방살이 내 집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일층의 젊은 사모님 햇살이 따가워
넓은 마루 유리문에 그물같은 커튼을 치고
발톱에, 발톱에 매니큐어, 매니큐어
빨갱이 보다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를 때
지하실에 우리 집 애들
책가방만한 창가로 흘러 드는
찌그러진 한 조각의 햇살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놀다
그 창에 대고 조용히 묻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이제 잘살기는 다 틀렸네
예라, 있는 놈의 세상, 가진 놈의 세상
열 받쳐서 미치겠네, 하체 힘도 쭉 빠지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비닐 하우스 동네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썩어가는 나라 자본의, 독점의 발톱이
한 필지, 두 필지 숨차게 줄을 그어댈 적에
촌놈들 살겠다고 떠나온들 무엇하나
파출부에 날품팔이 쌩몸 팔아 연명할 적에
못난 부모들 막일 나가고,
버려진 애들 아무거나 줏어 먹고,
아무데나 묽은 똥질을 할 적에
깡패들이 들이닥쳐 그 집을 부술제
그 아이들이 조용히 묻네
"우리들 세상은 이제 망한건가요?"
아니, 이제 바로 시작이다
저 망치, 몽둥이를 뺏아라. 이제 너희들의 것이다
이 더런 집들을 때려 부수자,
부숴, 부숴, 부숴버려!
(그만!) "이젠 또 무엇을 부술까요?"
여기 패배와 순종, 체념과 그 비굴
이 애비의 의식에 내리쳐라
이 죽은 의식에 내리쳐라, 쳐라, 쳐라!!
이제 바로 시작이다
이제 바로 시작이다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