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었던 계절
아무의미도 없는 화장을 하고
나도 몰래 흥얼거린 타인의 노래
난 한 낮에 뜬 보이지 않는 달
난 다섯 번째 계절에 피어난 꽃
난 떠난 이의 메마른 입맞춤
넘쳐흐르는 나를 흘려보내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었던 계절
사랑스런 당신의 흉내를 내고
거울 앞에서 느낀 절정의 순간
난 한 낮에 뜬 보이지 않는 달
난 다섯 번째 계절에 피어난 꽃
난 떠난 이의 메마른 입맞춤
난 열 세 번째 달에 쓰여진 노래
오직 나를 비추는 누군가의
눈 끝에서만 숨을 쉴 수 있는
난
아무도 모르는 파란 길로
아무도 모르는 파란 길로
갈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