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너에게

다지

바람이 왜이리 시원한지
하늘은 왜이리 예쁜건지,
좋아 난.
기분이 좋아, 아아.

혼자가 왜이리 편안한지,
공기가 왜이리 맑은건지,
좋아 난.
매일이 좋아.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돌아온 방에
무심결에 열어본 서랍장안에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는
녹슨 우리의 은반지.
혼자가 익숙해진 만큼
너와 내 기억도 녹슬어 가겠지.
돌이키기엔 너무, 너무,
늦은 거지, 그렇지.

넌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난 제법 괜찮아.
다만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녹슨 흔적은 정말 싫은 걸.
함께한 그 날의 기쁨도
녹슬어 가는 게 난 아파.

향긋한 꽃들이
맛있는 음식이
재밌는 영화가 날 웃게 해.
난 이렇게 지내.
넌 어떻게 지내니.
넌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난, Um

사실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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