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새벽 취기는 가시질 않네
허나 왜인지 더 또렷하기만 해
TV를 켜보니 환하게 웃는 사람들
어쩐지 낯익더니 몇 년 전에 본 재방송
저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내 나이가 벌써 훨씬 더 많다니
나 이 나이 먹을 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어느새 스물하고도 아홉이 되어버린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또 새벽 반쯤 감긴 눈으로
들어오는 건 체홉의 희곡집
공감을 못했던 이 극 속의 등장인물들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되려 하네
이 책의 막장 속에 쓰여진 작가의 이력
내 나이에 설마 이걸 다 썼다니
나 이 나이 먹을 동안 대체 뭘 하고 살았나
어느새 스물하고도 아홉이 되어버린 이 밤을
나 이 나이 먹을 동안 대체 뭘 했나
어느새 서른하고도 하나가 되어버린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이 밤이 지나가고 나면 더해질 삶의 무게야
버틸 수 없을 만큼 힘이 들면 어쩌나
그래도 웃을는지 여전히 사랑할는지
해가 오른다 어제와 다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