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손승연, 블랙나인 (BLACK NINE)

달빛을 집어삼킨 검은 하늘
바람도 숨이 멎은 듯 고요한 이 밤
다시 이 밤
뭔가에 취한 듯해 난 거울 속에 묻네
뒤섞이는 흑백과 선과 악의 부재
난 소리 없이 늘 대답 없는
질문의 끝에 서서
메아리와 앉아 또 춤을 추네
어둠 속에서 내게 닿는 차가운 숨결
저 빛의 반대편에 누운 검은 그림자
알 수 없는 비밀을 숨긴 채
춤을 추는 그대
난 넘어져 버릴 것 같아
두려워 무서워
빛이 하나 없는 거리 끝에 있어
매일 밤 어둠 속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
그 속에서 매일 형체 없는
어떠한 존재가 꿈틀대
내게 내민 손 난 안 뿌리쳤어
난 곧 죽어도
다신 안 꿇어 내 손에 작열감
단 한번도 두려워한 적이 없어
희미하게 번져가는 불빛에
오 가느다랗게 놓인
희망을 따라 달려가
어둠 속에서 내게 닿는 차가운 숨결
저 빛의 반대편에 누운 검은 그림자
날카로운 눈빛을 숨긴 채
춤을 추는 그대
난 넘어져 버릴 것 같아 두려워
철창 밖을 보면 더 없어져
나의 두 눈의 색채
여전히 무채색
시선이 가득한 공기는 매캐해
대체 왜 내게 실험하는 듯이
선을 그어놓고 세뇌
시켜다 뿌리치고 payback
매뉴얼을 따라가봤자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
내가 나를 증명해 난 쉴 수 없어
정답 같은 건 원래 여기 없어
체계와 규칙 따윌 뛰어넘어
잿빛 푸른 색깔의 이 도시
모든 게 나를 외면해
날 의심하던 것들로부터
난 자유로워 졌어
날 외면하던 시선 그 곳에
아직 정답이란 없어
그 누구도 이 곳엔 없어
같은 이름에 가둬놓은
전혀 다른 사람 하나의 그림자
그 속에서 벗어나려 해
사라져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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