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걷다

황치열

불 꺼진 창가를 보고야
무거워진 발걸음 되돌려
참 힘겨웠던 이별을
마지막 배웅 길을
꽤 담담히 걸을 수 있었어

따스했던 늦은 오후 햇살
우두커니 홀로 선 가로등
눈 내린 새벽 골목도
그 위에 발자욱도
안녕 안녕 모두 안녕이야

이 길을 걷다 내 생각이 난다면
그때 꼭 한번 뒤돌아보기로 해
너에게 어렵게 건넸던 고백도
밤새워 속삭인 사랑도
나 모두 여기에 두고 갈게

늦은 밤 이 길을 걸으며
너와 내가 나누던 얘기들
참 설레었던 입맞춤
그 많던 약속들도
안녕 안녕 모두 안녕이야

이 길을 걷다 혹 눈물이 난다면
그때 꼭 한번 뒤돌아보기로 해
수화기 너머로 불러준 노래도
조금은 시시한 농담도
나 모두 여기에 두고 갈게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오고 간 이 길이
이상하게 낯설고 막 아프고 버거워
돌아갈 수 없어 또 수많은 밤을
난 헤매게 될지 몰라

이별을 걷다 난 이별을 걷는다
걸음걸음이 모두 다 이별이라
억지로 발끝만 보고 서 있지만
오늘이 힘겨울 널 위해
나 그만 여기서 돌아설게

안녕 부디 좋은 꿈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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