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봉신(전북무형 문화재 제9호 판소리장단 보유자)
판소리: 주운숙
[사설] 동초제 심청가 : 황성가는데
<아니리> 그때여 심봉사는 뺑덕이네 데리고 황성을 올라가다가
<중모리> 주막에 들어 잠잘적에 뺑덕이네 몹쓸년은 주막근처사는 봉사중에 제일 젊은 황봉사를 벌써 꾹 찔러 약조 허여 주막 딴방에 두었다가 심봉사 잠든 연후에 둘이 손을 마주잡고 밤중에 도망을 허였구나 그때여 심봉사는 초저녁잠 휠씬 자고 새벽녘에 일어나서 아무리 만져봐도 뺑파가 없는지라 아니여 뺑파 이것 어디 갔는지 이구석 저구석을 더듬는구나
<중중모리> 심봉사 거동봐 뺑덕이네를 찾는다 여보소 뺑파 이리오소 이리오라면 이리와 여봐라 뺑파야 눈먼가장과 변양을 허면 여편네의 수신 제도가 조용히 자는게 도리옳지 한밤중에 장난을 이렇게 남이 보면은 부끄럽지 않나 이리오너라 뺑덕이네 이리오라면 이리와
<아니리> 아무리 더듬어 봐도 뺑덕이네는 없는지라 심봉사 반져가지고 여보 주인 예 우리 마누라 안에 안들어 갔소 아니요 아 그러면 여기서 자던 우리 마누라가 없어졌으니 어찌 된일이여 주인이 찾아줘야지 아 같이 자던 그 여인 어떤 봉사와 새벽길 친다고 벌써 떠나던데요 아니 무엇이 어쩌고 어째 아이고 이년 갔구나
<진양조> 심봉사 기가 맥혀 아이고 일을 어쩔그나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에끼 천하 의리없고 사정없는 요년아 당초에 네가 버릴 테면 있던 곳에서나 마다하지 수백 리 타향에 와서 날 버리고 늬가 무엇이 잘 되겄느냐 요년아 에이 천하 몹쓸년아 뺑덕어멈아 잘 가거라 앞못보는 이 병신이 횡성천리 먼길을 막지소향 어찌를 갈그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순인군은 성인이라 눈에 동지가 너이시고 부처님은 무슨 도술로 눈이 천이나 되신는듸 나는 어이 무슨 죄가 지중허여 눈 하나도 못보는 거나 못쓸 놈의 팔자로다
<아니리> 에이 순 호랑이가 바싹 깨물어 갈 년 워라 현철허고 얌전헌 우리 곽씨 부인 죽은 양도 보고 살었고 출천대효 내 딸 심청 생이별도 하고 살었는듸 내가 다시 네 년을 생각허면 인사불성 쇠아들놈이다 이년 막담을 덜컥 지여놓고
<중모리> 날이 차차 밝어 오니 주인을 불러서 차래닥고 행장을 챙겨지고 황성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맹서헌 말 간 곳 없고 뺑덕이네를 부르는듸 그 자리에 퍼썩 주저앉더니 뺑덕이네야 뺑덕이네 에이 천하 몹쓸년아 늬 그럴 줄 내 몰랏다 황성천리 먼 먼길을 어이 찾어 가잔 말이냐 내가 눈이 잇거드면 앞에는 무슨 산이 있고 길은 어데로 행허는지 분별허여 갈 것인듸 지척 분별을 못허는 병신이 어이 찾어서 가잔 말이냐 새만 푸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바람만 우루- 불어도 뺑덕이네가 부르는구나 뺑덕이네야 모지고도 야속헌 년 눈 뜬 가장 배반키로 사람치고는 못헐텐디 눈어둔 날 버리고 늬가 무엇이 잘 될소냐 새 서방 따러서 잘 가거라
<중중모리> 더듬더듬 올라갈제 이때는 어느땐고 오뉴월 한 더위라 태양은 불같은데 비지땀을 흘리면서 한곳을 당도허니 백석청탄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 들린다 심봉사 거동보소 물소리 듣더니 반긴다 얼씨구나 반갑다 유월 염천 더운 날 청파유수 목욕을 허면 서른 마음도 잊을테요 맑은 정신이 돌아올 것이니 어얼씨구나 반갑다 의관의복을 벗어놓고 물에가 풍덩 들어서 에- 시원허고 장이 좋다 물 한 주먹을 덥썩 쥐여서 양치질도 허여 보고 또 한 주먹을 덥벅 쥐여서 가삼도 훨훨 문지르며 예 시원허고 장이 좋다 삼각산 올라선들 이여서 시원허며 도애 유수를 다 마신들 이여서 시원헐까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퉁벙퉁벙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