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타령 - 안숙선
조조가 목을 움쑥 움쑥 움치니 정욱 (程昱)이 여짜오되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 느오리다.
목은 어찌 그리 움치시나이까?"
"야 야 말마라. 내 귓전에서 화살이 위윙허며
눈 앞에 칼날이 번뜻 번뜻 허는구나"
"이제는 아무 것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 (四面)을 더러 살펴 보옵소서"
"야 야 진정으로 조용허냐?"
조조가 목을 막 늘여 사면을 살펴보랴 헐 제
의외 (意外)에 말굽통 머리에서 메초리 한 쌍이
푸루루루루루루 날아 나니 조조 깜짝 놀래
"아이고 여봐라 정욱아, 내 목 달아났다.
목 있나 좀 봐라"
"승상님 눈치 밝소. 조그마한 메초리를 보고
그다지 놀래실진대 큰 장 꿩을 보았으면
기절초풍 (氣絶招風) 할 뻔 하였소 그려"
조조 속없이
"야 야 그게 메초리냐? 그 놈 비록 조그마한 놈이지마는
털 뜯어 갖은 양념하여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볶아 놓으면
술 안주 몇 점 참 좋느니라마는"
"이 통에라도 입맛은 안 변하였소 그려"
조조가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니
그 새에 적벽강 (赤壁江)에서 죽은 군사들이
원조 (寃鳥)라는 새가 되어 조승상을 원망하며
울음을 우는디
산천 (山川)은 험준 (險峻)허고
수목 (樹木)은 총잡 (叢雜)헌디
만학 (萬壑)에 눈 쌓이고 천봉 (千峰)에 바람 칠 제
화초목실 (花草木實) 바이없어
앵무 (鸚鵡) 원앙 (鴛鴦)이 끊혔난디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화전 (赤壁火戰)에 죽은 군사
원조 (寃鳥)라는 새가 되어 조승상을 원망허며
지지거려 우더니라.
나무 나무 끝끝트리 앉어 우는
각 (各) 새소리 도탄 (塗炭)에 쌓인 군사
고향이별 (故鄕離別)이 몇 해련고.
귀촉도 (歸蜀道) 귀촉도 불여귀 (不如歸)라.
슬피우는 저 초혼조 (招魂鳥),
여산 (如山) 군량 (軍糧)이 소진 (燒盡)하여
촌비노략 (村匪擄掠)이 한 때로구나.
소탱 소탱 저 흉년 (凶年)새, 백만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今日) 패군 (敗軍)이 어인 일고.
히비쭉 히비쭉 저 비쭉새,
자칭 (自稱) 영웅 (英雄) 간 곳 없고
백계도생 (百計圖生)을 꾀로만 판다.
꾀꼬리 수리루 리루 저 꾀꼬리
초평대로 (草坪大路)를 마다허고
심산총림 (深山叢林)에 고리가 까욱,
저 가마귀 가련 (可憐)타
주린 장졸 (將卒)들 냉병 (冷病)인들 아니 드랴.
병 (病)에 좋다고 쑥국 쑥 쑥국.
장요 (張遼)는 활을 들고 살이 없다 걱정 마라
살 간다 수루루루루루,
저 호반 (湖畔)새 반공 (半空)에 둥둥 높이 떠
동남풍을 내가 막아 주랴느냐.
너울 너울 저 바람막이 철망 (鐵網)을 벗어났구나.
화병 (火兵)아 우지 말어라.
노고지리 노고지리 저 종달새,
황개 (黃蓋) 호통 겁을 내어
벗은 홍포 (紅袍)를 내 입었네.
따옥 따옥이 저 따옥이
화용도 (華容道)가 불원 (不遠)이로다.
적벽풍파 (赤壁風波)가 밀려온다.
어서가자 저 기러기
험난 (險難) 끝에여 겁낸 장졸 갈 수록이 얄망궂다.
복병 (伏兵)을 보고서 드는구나.
이리가면 팽당그르르르르 저리가며 햇뜩 햇뜩,
사설 (辭說)많은 저 할미새
순금 (純金) 갑옷을 어따 두고 살도 맞고 창에도 찔려
기한 (飢寒)의 모골 (歿汨)이 되야
내 단장 (丹粧)을 부러마라.
상처 (傷處)의 독기 (毒氣)를 쪼아주마.
뽀죽한 저 징구리로
속 텡 빈 고목 (枯木) 안고 오르며 때그르르르
내리며 꾸벅 때그르르르
뚜드럭 꾸벅 찍꺽 때그르르르
저 때쩌구리 처량 (凄凉)허다.
각 (各) 새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 (嘆息)헌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각 (各) 새들아
너마저 우지를 말어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 (諸將) 죽은 원귀 (寃鬼)가
나를 원망하면서 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