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의 現象學
-문 덕 수 시
얼굴 곁으로
찌그러진 얼굴 한 개가
다가온다.
귀 먹고
눈 먼 두 개의
얼굴이 딱 붙어 있다가는
서서히 떨어진다.
그 사이에
끼어들어 가로막는 얼굴.
닿을 듯 그만 지나가 버리는 얼굴.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돌처럼 굴러가거나
나무토막처럼 떠다니는 얼굴들.
어떤건
서로 마주보고
어떤건
서로 노려보고
어떤건 서로 부벼대지만
모두 헛일이다.
어디서
외눈박이 얼굴 한 개가
다가온다.
얼굴은
얼굴을 찾아
에워싸기도 하고
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