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등 황지우
젊은 나이에 암수술을 한 친구를 문병갔다온다
그는 이미 알아챈 듯 질린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 앞에 다가오는 巨한 그림자에
그의 신체 일부가 들어가고 있었다
내 손에 놓인 그의 손
짜식
어린 시절 우리는 이 손 잡고
산으로 들로 쏘아다녔었다
반딧불 잡아 호박登 밝히며
우리는 밤길을 돌아왔었다
너의 호박登이 다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이 나쁜 놈아
이착하기만 착하기만 한 놈
내굶을 때 몰래 집으로 고구마 퍼다 주던 놈
이 징헌 놈아
살자 살아 이놈아
나는 속으로만 부르짖었다
굵은 핏줄이 돋은 그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움직였다
그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움직였다
그가 내 손을 쥐었다
느그들은 순리대로 살아라
개새끼가 곧 죽을 모양으로 말했다
그는 거침없이 2년 남았데 뱉는다
밖으로 나와 대학병원 12층 불빛을 올려다보았다
순리
그는 유복자였다
이상하게도 그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1952년생 동갑이다
순리
늦여름밤
가을바람이 불었다
이 세상의 마지막 바람 앞에서
나는 돌아서 담배를 붙혔다
깊은 상처에 성냥개비를 그어 보이듯
불을 감싼 내 손은 환한 호박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