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새벽 세시 반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애써 깼지
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익숙한 전화번호
누굴까 야심한 밤을
지새우는 이 사람은
선뜻 누르지 못하는 버튼
어떤 녀석이지
이 시간에 깨있는 것은
별 수 없이 누르는 버튼
어둠 속으로 들려오는
서툰 음성들 여보세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그 흔적이 긴 꿈을 꾸는 듯
자꾸 아무렇지 않게
또 눈가를 귓가를 계속 맴도네
짧은 안부 별다른 말도 없었지만
아득해지는 맘뿐이야
벌써 일년이나 지났을까 그녀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이별의 말들
잘 지냈냐고 어떻게 사냐고 묻는
니 목소리가 조금은 차가워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나 역시나 그 변치 않는 목소리가
조금은 반가워
사실 나 좀 기분이 묘 했어
오랫만에 걸려온 니 전화에 놀랬어
마음으론 애써 참고 있어도 말
못할 기대감에 자꾸 휩싸이고 있어
자꾸만 오가는 아무 감정 없는
단어 자꾸만 원하는 말은
마저 하지 않어
잠깐 흐르는 침묵 끝에 니가
내뱉은 말 우리 다시 시작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그 흔적이
긴 꿈을 꾸는 듯
자꾸 아무렇지 않게
또 눈가를 귓가를 계속 맴도네
어쩌지 숨이 탁막히고 땀이나
서둘러 어떤 말이라도
빨리 하고파도 아직까지 반신반의야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인데
말 못 할 불안감은
어느새 내 습관이 됐나봐
니가 떠나던 날 내게 남겼던
가슴 아픈 말들
너와 함께했던 기억들
아름다운 날들 지나간 기억인데
내 머릿속에 뒤엉키네
아픔과 기쁨 두려움과 희망이
다 뒤 섞인채 난 뭘 바랬던 걸까
너와의 새로운 시작을 바랬던걸까
난 널 바라는 걸까
너도 나를 원해 이런 말하는 걸까
난 뭘 바랬던 걸까
너와의 새로운 시작을 바랬던 걸까
난 널 바라는 걸까
잠깐 동안 할말을 잃고 돌아서
머릿속이 새까매져
정말 이럴 줄 몰랐어
항상 바라던 바라 말하던 나다만
단 한 마디 안 나와서
나 땀만 나고 화가 나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지
일분인가 지났을까
마침내 힘을 얻어 입을 열었지
두려웠지만 대답은 고마워
시간은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것
추억도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것
잠깐의 이별은 상처들을
남겼지만 변하지 않은 것
그건 바로 운명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