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월의 주말에
친구로부터
한 여자를 소개받기로 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이따금씩
작은 영화에 나온다는 그녀
궁금증을 못 참고서
그녀를 담은 작품을
몇편인가 찾아낸다
늦은 밤 턱을 괴고
나와는 별 인연이 없던
세상을 본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무릎을 안은 채
웅크린다
마치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처럼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눈 여겨 보게 된다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러다 툭 멈춘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손톱을 뜯으며
시계를 본다
마치 오디션장에 가는 것처럼
어느 3월의 주말에
그녀는 내게 정말
말씀 많이 들었다면서
묘한 웃음을 짓고
갑자기 내 얼굴에
눈부신 조명이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