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표정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가득 메운 너의 사람들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그저 멍하니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아이들
너의 친구들과 너의 가족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말없이 그늘 뒤로 숨죽인 채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내 존재
어느 새 끊임없는 박수와 찬사 속에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네 모습에
너무나 사랑스런 신부의 모습이구나. 역시나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구나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에 살짝 미소가 흘러 내려
숨죽여 아무리 혼자 참으려고 애써 봐도 소용이 없어 눈물이 흘러 내려
이제 나도 너를 잊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아무리 노력 해봐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던 나의 슬픈 바램이
지금 너의 모습에 조금씩 무너져 간다
평생 네 옆에 있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함께 살겠냐는 주례 선생님 말씀
수줍게 대답하는 어여쁜 너의 모습에 예전에 우리 언약식이 떠오르네
그날의 함께했던 희미한 추억 속에 영원히 함 께하자 했던 약속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는데 그런데 이제 아무런 소용없는데
이제 새로운 인생의 문을 향해 조금씩 걸어 나가네 우리만의 기억 때문에
내게 받은 아픈 쓰린 추억 때문에 혹시 지금도 아파하는지 참아내
다시는 내 모습은 생각조차 않겠다던 기억에서 조차 지워버린다던
그날의 네 모습이 떠올라 그 말들이 떠올라
오늘처럼 행복해하는 네 모습 처음 봤어
설명해주지 않아도 좋은 사람 만났다는 걸 알아
내가 못해준 사랑까지 모두 받을 수 있길 바래
지난 아픈 시간들 모두 지워질 수 있도록
오늘 찍은 다정한 기념사진에서 조차 아마도 내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겠지
이제 서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소식조차 들을 수도 없겠지
멀리 사라져 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이젠 다른 남자 아내가 된 너를 보며
텅 빈 예식장에 혼자 남아 기도해 행복하라고
부디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