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Movie

고사리(강민석)
앨범 : Road Movie
작사 : 고사리(강민석)
작곡 : 고사리(강민석)
편곡 : 고사리(강민석)

차는 달렸다. 한가한 고속도로를.
조수석의 여자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계급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의 일부분은 흥미로웠고
운전사는 대꾸하지 않았다.
차는 달렸다.
알려지지 않은 황량한 지역을.
여자는 반포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이야기를 멈추고서
네비를 틀어보라고 제안했지만
운전사는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는데
시나리오에 그렇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는 골목을 달렸다. 술 냄새가 났다.
운전사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였다.
긴장을 풀기 위해 딱 한 잔만 마시라고
시나리오에 설정되어 있었지만
운전사는 만취해있었다.
딱 한 잔을 마셨어도
운전을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스크린 밖의 누군가 말했다.
차는 달렸다.
운전사는 라디오를 켰고
이리 저리 다이얼을 돌리다가
어떤 느리고 썰렁한 음악이 나오는
주파수에 고정시켰다.
왜 하필 이런 음악을 틀었는지,
시나리오에 그렇게 지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후반작업과정
에서 들어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음악의 제목은
「안개」였고 작곡자는 운전사였으며
운전사 이름의 이니셜은 C. C.였다.
차는 달리다가 신호등 앞에 섰다.
빨간 불은 좀처럼
파란 불로 바뀌지 않았다.
신호등이 고 장 난 것 아닐까 싶을 쯤
운전사는 주먹 쥔 오른손으로
카오디오를 강타했다.
네 번, 다섯 번, 음악이 꺼지고
손등에선 피가 줄줄 흘렀다.
시나리오에 그렇게
설정되어 있진 않았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운전사가 차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차는 달렸다. 공동묘지 너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흰 종이 가면을 쓴 남자가
묘지 입구에 서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운전사와 여자는 깜짝 놀랐지만
곧 낄낄거렸고 차는 계속 달렸다.
이 또한 설정에 없던 일이었다.
직후 운전사와 여자는 타이밍을 맞춰
시를 읊기 시작했다.
강바닥 최천희
가끔 강변을 걸으면
부드러운 바람이 스치어 기분이 좋아
회색빛 물의 표면을 바라보며
숨은 것들을 상상하네
오직 지상에서
저 바닥에 도사린 것들을 헤아리려 하네
차는 달렸다. 좁은 골목에서
넓은 국도로 빠져나갔다.
악의를 품은 대형 트럭이 밀고 들어왔고
길바닥엔 살얼음이 끼어 있었으며
뒤에서 따라오던 누군가가
독화살 같은 것을 발사하기도 했다.
차는 지면을 떠나 빙빙 돌면서
공중에 10초도 넘게 떠 있다가
계곡 밑으로 떨어졌다.
영화 안에선 가능한 일이다.
차는 달렸다.
세차까지 하고서
한가한 고속도로를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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