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선명해 20년 전에
친형 방에서 들려왔었던 노래, 각나그네
어쩌면 그때 처음 힙합이라는 걸
알게 됐었던 것 같아
솔직히 그 순간엔 저게 무슨 노래야
하며 그냥 흘려넘겼네
의미 없는 중얼거림에는
관심이 전혀 안 갔네
그것이 나의 첫 만남 힙합이라는 것과의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뭐 나쁘지도 않았네
중학교를 거치며 Double D,
에픽하이의 움직임에 몸 흔들고
키비, 화나 그들의 Soul을 사게 됐네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Rhyme, Flow를 외치고,
교보문고를 가서
Rhyme Note를 사고 가사를 썼어
힙합을 좋아하는 애들과 모여서
나도 래퍼인 것처럼 어깨를 우쭐했어
처음 밤을 샜던 그 기억과
기분이 너무나 좋아서
나 애써 웃음을 감추려
이불을 덮어쓰고 내 가사를 읊어댔어
방구석에서
그때부터였나 내 인생에서
가장 잡고 싶은 건
돈보다도 MIC,
그게 내 우선순위 1번이 됐어
나 무엇보다도
내가 힙합이 좋았었던 이유는
내 이야기를 그 어떤 때보다
많이 할 수 있어서
친구는 그게 밥벌이가 될 것 같냐며
나에게 핀잔을 줬고
뭐 나도 안될 것 같다며
비겁하게 시간을 뺐었어
그렇게 점점 줄어만 가던
힙합과의 시간은
어느새 사라져가고
자연스럽게 난 펜을 놓게 됐지
그렇게 내가 쓰던
Rhyme Note에 먼지가 쌓일 때쯤
TV에서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난 애써 그래
어차피 내가 무대 위에 설 수 없다면
무대 뒤에서
그들을 보고자 결정했지
어쩌면 나의 사명은
무대 위의 별이 되는 게
아니었던 건 아닐까
별에 빛을 비춰주는
광원이 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고
결국 나는 무대 뒤에서
MIC를 잡고 그들에게
시작을 알리고 있어
그것이 요즘의 나, 지금의 나
과거의 내가 지금 나를 바라보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런데 요즘 따라
MIC가 자꾸 내 앞에 보여
2개의 MIC중 별에게
하나의 MIC를 주려 할 때마다
계속 드는 생각
나의 손엔 어떤 MIC가 어울리는 걸까
정답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