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몇몇 칸에는
약한 바람이 머무는 약한 칸이 있다
약하기도 하고, 약한 게 약이 되기도 하는
약이라는 말
바람마저 약하게 불러들이는 약한 칸
산 아래 버섯처럼 낮게 자란
내방 너의 방 우리의 방
그리로도 매서운 바람 약하게 머문다면
된 더위마저 약하게 머문다면
강하지 않아도 좋아 약해도
약해도 괜찮아
금요일 오후
절반의 밤이 머물던 보육원에서
절반의 밤이 머물 집으로 간다
나를 데리러 온 누나와 함께 간다
빨랫감이 든 쇼핑백
좁고 허름한 그 짐을 어깨에 나눠 들고
이고 지고 이고 끌고 함께 간다
금요일 지나 월요일 오듯
며칠 꾹 참으면
반짝이는 금요일이 금세 또 올 테니
누나향 스민 금요일 내음
나만 아는 그 내음
눈과 코 그리고 입이 뚫리는 밤들
내 안의 창이 맑아지는 밤들
그래,
그러고 보면
가난은
핑계일지도 몰라
산 아래 버섯처럼 낮게 자란
내방 너의 방 우리의 방
그리로도 매서운 바람 약하게 머문다면
된 더위마저 약하게 머문다면
강하지 않아도 좋아 약해도
약해도 괜찮아
금요일 지나 월요일 오듯
며칠 꾹 참으면
반짝이는 금요일이 금세 또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