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리에 사람들 분주히 걷고,
놓친 시간을 쫓는지 앞만 보며 가네
그들이 향하는 곳 지하 통로이거나
고단한 몸 일으켜 덜컹이는 버스
여기 하늘은 뜯긴 포장지처럼
바람에 나부끼는데 아무도 줍지를 않고
빌딩 뒤 가로수 그늘 안에
눈물나게 그을린 할아버지 주름
우리 그때엔 발에 맞지 않는 큰 신발 신고
이 도시를 가르는 물고기가 되어
빛이 안 드는 좁은 골목길, 소나기
지난 공사장, 침울에 숨은 병원 유리창에도
눈치 없이 눈부신 햇살 망울과 웃음 소리를
우리 어디에 그 모든 걸 잊고서
창문 틈을 커튼으로 가리며 눈귀를 막아
우리 그때엔 하늘처럼 커다란
지느러미 이 도시를 비추는 물고기였지
지금은 여기에 우리 없어도 예쁜
꼬마 물고기들 깔깔대며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