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하기는 쉬워 대개 그렇듯
숨 쉴 구멍을 찾아 바닥에 몇 안 되는 기포
전과는 달라진 호흡법에 넌 반감을 느껴
내 목을 조를 거 같아 혼자 떨어져 나갔지
그 덕에 수년의 마침표
찍은 관계들 보다 내 환경이 먼저
현시대에선 정신병은 겉 멋,
그거 나름 괜찮은 생존법
(이지만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였어
너가 상처받기를 바란 적 없어 이제 적응해 줘)
내 바늘은 거꾸로 돌아가 증거를 찾아야겠어
재판부는 법으로 몰아 갔지만 난 약자야
다 깔아뭉갤 생각 뿐인 놈들
시간이 곧 빨래터 이미 이용한 자의
두꺼운 거품으로 덮어
감추고 처박혀 살아 앞서 말한 생존 방법
장구벌레 마냥 썩은 게 더 편해졌지만
네게 죽임을 당할 이유는 없지
내 호소가 또 억지라 받아들일
판사들이 많을 걸 알어
지구 반대의 전쟁보다 니 이별의 슬픔이
몇 배로 더 큰 거처럼, 그래 나도 똑같아
증거를 찾은 거 같애
아마 10년이 더 지나온 카톡에
넌 내 이름을 불러 다정하게
난 들은 적이 없었지 이름으로 성까지 뺏네?
그 저의가 뻔해 씹었지
질리게 들은 주제의 수필인 거 다 알지만
내게는 너무 컸던 줄기
네 귀는 지겹겠지만 내 입은 처음이야
그니까 닥치고 들어
2010년 내 키가 160이 됐거나 밑이였을 때쯤
무리 밖 생활은 죽음뿐이지
인간 이하 폐품
긴 눈꼬리와 속이 보일 듯한 치마
걔넨 별일 없이 대충 알아 자릴 잡지
사자들은 볼 일 없지 칠판
작년까지 붙어있던 하이에나 둘과
들어간 무리 우두머리는 초등학교 동창
반가웠는지 선물을 줬지
넌 걸레란 이름표와 구석 계단 위
으슥한 공간에 걸맞게
내 얼굴을 대걸레로 비볐지만
낙오 보단 남아 있기를 원해
내 교복 어깨에 침 뱉어도 모르는 척해
어느새 무리 전부가 날 씹어
이제 원래 피부처럼 느껴지던 피멍,
적응하기는 쉬워
유난히도 잠이 많던 아이,
이윤 설명 안 해도 알잖아
제발 내버려 둬 하루만
속으로 빌어도 알람처럼 울리는 뒤통수와
찢어발긴 교과서 내 신발에 박아 둬
현장은 있지만 목격자는 없네
그래 너네 완벽범죄는 성공했어
아직도 모르지 범인
대체 언제 친했냔 듯 등 돌린
하이에나들의 웃음소리와
너 왕따냐 물어본 뒤
대화 끊긴 학부모 모임 여자애
그딴 건 내게 아무것도 아냐
내 팔을 보고 엄마는 울어
아들 아픈 거 싫단 말에
난 배운 대로 읊어 “장난치다 그랬어”
걔네가 친구랬어 그니까 이래도 된대.
나쁜 애들 아냐 애써
숨겨도 드러났지 결국 찾아왔던 학교
날 지독히도 괴롭히던 한 놈 알고 있지
엄마도 그래도 웃으며 반겨
사이좋게 지내 달란 비굴한 듯한 부탁과
만든 커피 한 잔
건네고 떠났을 때 뒤바뀐 표정과
내 장난감 가지고 노는데
왜 지랄이냐며 엄마까지 싸잡아 내리깎아
날 때리면 먹을게 온다며
내 머릴 갈겨 또 이딴 일로 부름
니네 가족 패 죽인대도 입 닫고
다시 적응해 난 그때 멈췄어
내 진술에 거짓이 있다면
목 달고 빠진 혀 다 짤라 가라
이제 와 내린 니 판결
좆까 내 전과는 정당방위 칼을 쥐어야 지켜
더는 적응 하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