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아이가 없어 고민하는 부부가 있었어요.
부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서낭당에 가서 정성껏 기도드렸지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할미께 비나이다~
제발 저희 부부에게 자식 하나만 내려 주시옵소서.”
꼬박 천 일이 되었을 때였어요.
정성에 깊이 감동한 삼신할미는 부인의 꿈에 나타나 아기를 내리겠다고 하였지요.
“우물에 잉어 세 마리가 있을게다. 푹 고아 먹으면 아들 셋이 생길 것이니라.
다만, 조심히 건져야 한다.”
이튿날 아침, 부인은 곧바로 우물로 달려갔지요.
“정말 잉어 세 마리가 있잖아. 곱기도 하지.”
부인이 잉어를 건져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였어요.
“야옹!”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가 잉어 한 마리를 잽싸게 채가지 뭐예요?
“이 녀석! 이리 내지 못해?”
부인은 서둘러 고양이를 쫓았지만 이미 잉어 반쪽을 먹어버린 후였지요.
“이를 어째… .”
걱정스러운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잉어 두 마리와 남은 반쪽을 정성껏 끓여 먹었어요.
그 후로 열두 달이 지나고
마침내, 부부에게도 자식이 생겼답니다.
그것도 무려 셋이나요.
잘생긴 첫째 아들, 키가 큰 둘째 아들
막내아들은 어째서인지 전부 한쪽밖에 없었어요.
눈도 한쪽, 팔도 한쪽, 다리도 한쪽.
하지만 그 누구보다 힘이 셌지요.
부부는 세 아들을 똑같이 사랑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고 두 형이 무시했지만, 반쪽인 신경 쓰지 않았어요.
세 아들이 열여덟이 되던 해, 마을에 큰일이 생겼어요.
어느 날 나타난 호랑이가 가축과 사람들을 매일같이 잡아갔기 때문이에요.
마을은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지요.
게다가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잡을 방법이 없어 모두들 공포에 떨었어요.
임금님은 호랑이를 잡아 오는 자에게 큰 상금을 하사한다는 방을 걸었어요.
사람들은 너도나도 호랑이를 잡겠다고 앞장섰지요.
반쪽이의 두 형님도 반드시 잡아 오겠노라고 큰소리 탕탕 쳤어요.
“어머님, 아버님 저희가 호랑이를 잡아서 꼭 두 분을 호강시켜 드릴게요.”
반쪽이도 호랑이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형님들은 빈정댔지요.
“아서라. 온전한 몸도 호랑이를 상대하기 힘든데,
반쪽의 몸으로 무얼 할 수 있겠냐?”
“형님 말이 맞아. 짐만 될 테지. 너는 남아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있거라 알았지?”
두 형님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도록 형님들이 돌아오지 않았지요.
“분명 형님들께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반쪽아 가지 말거라. 응?”
부모님의 만류에도 반쪽이는 길을 나섰어요.
산속으로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캄캄한 밤이 되었지요.
반쪽이는 뉠 곳을 찾았어요.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불빛이 보였답니다.
“잘 됐다, 저기 가서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해야겠어.”
“아무도 안 계십니까?”
문을 열고 백발노인이 나왔어요.
“누구신가?”
“안녕하세요 어르신, 날이 저물어서 그러니 하룻밤만 재워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시구려.”
백발노인이 안내해 준 방에 도착한 반쪽이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어라, 웬 갈색 털이지? 혹시….’
그래서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 가 잠을 청하기로 하였지요.
이튿날 이른 아침. 부산스러운 소리에 반쪽이는 잠에서 깼어요.
“어흥! 쥐새끼 같은 놈. 대체 어디 간 게야?
반쪽이긴 하지만 튼실해 보여 아침으로 먹으려 했건만.”
방에 반쪽이가 없자.
백발노인이 버럭 화를 내더니 호랑이로 변해 날뛰는 게 아니겠어요?
‘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 어쩌면 형님들도 어딘가에 잡아뒀을지 몰라.’
“네 이놈 호랑이야! 형님들은 어찌한 게냐.”
반쪽이는 씩씩하게 소리치며 호랑이 앞에 섰지요.
“어흥! 제 발로 나타나다니 크크크.
잘생긴 놈은 참기름 바르고 키 큰놈은 고추장 발라 잘~ 먹었지.”
호랑이가 날카로운 발톱을 번득이며 말했어요.
반쪽이는 달려드는 호랑이의 볼을 내리쳤어요.
“감히 형님들을 해치다니. 날뛰는 놈에겐 몽둥이가 답이니라.”
따귀를 맞은 호랑이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이 녀석! 곱게 보내지 않겠다. 어흥!”
더더욱 화가 난 호랑이는 단숨에 반쪽이를 덮치려 했지요.
공격을 쉽게 피한 반쪽이는 번쩍 뛰어 한 쪽인 다리로 호랑이 배를 걷어찼어요.
호랑이는 초가집 밖으로 나뒹굴었지요.
“으악! 내가 지다니.”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메고 돌아오는 반쪽이를 보고 손뼉 치며 기뻐했어요.
“반쪽이 만세, 반쪽이 덕분에 우리 마을은 살았네.”
세 아들 걱정에 몸져누웠던 부모님도 한걸음에 달려 나왔어요.
“장하다 내 아들.”
임금님께서는 큰 상금을 내리고 장군으로 임명하였지요.
“온전치 않은 몸으로 대업을 이루었구나. 가히 영웅의 기세로다.”
그 후 반쪽이는 상처 입은 마을 사람들과 형님들을 위해 매년 제사를 지내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