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꽃보다 짙푸른 피멍이
온몸을 뒤덮듯 피어나,
내가 짓누를 때마다 진물이 배어나
소매를 추하게 더럽히는 거겠지.
바라지 않고도 버리지 않고도
나만이 무엇도 손해 보지 않고도
사랑 받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도 이루지 못해도,
언젠가 그것도 후회하게 되어도,
행복한 인생일 거라고.
새삼스럽게 여상스럽게
겉모습을 꾸민대도
"죄 가식이었네", "진심은 없네",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고.
나는 걔들과 달라, 너를 떠나지 않아,
너의 최악의 순간에도.
한심한 꼴이라도 내가 거두어 줄게,
쭉,
계속.
짙푸른 꽃보다 짙푸른 피멍이
온몸을 뒤덮듯 피어나,
내가 짓누를 때마다 진물이 배어나
소매를 추하게 더럽히는 거겠지.
깊은 우울 밑바닥에 가라앉아
(짙푸른 꽃보다 짙푸른 절망이 사고에 앞서서)
떠오를 수 없게,
(떠올라,)
잡은 손을 이끌어서 닿은 곳이
(이게 두 번 다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우리게 바쳐진)
우리의 끝이겠지…….
(우리의 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