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길에서
널 봤어
널 버스가 기다리다가
네가 타고 나자
떠나가던 장면이었어
불안증,
불안장애,
불안 잘해,
공황장애,
그따위 것들이 상념처럼 머리 위를
아니 속이나 바닥 그 밑 아랠 떠도네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바이올린 소리는 어떤 불안감을
표현하기에
좋은 음악적 도구이지
교감 신경을 자극하네
한낮의 오후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잠들은 토끼와 같이
아무 걱정 없고 싶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되지만은 않네
무덤 위에
덩그러니 누운 처지가
내 신세라네
어제의 밤의
오늘의 밤의
여러가지 불안증은
내 머리를 잡아 뜯네
머리카락 말야, 친구
머리를 잡아 뜯으면 죽는다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앞에서
사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바이올린,
현악기,
선율,
음률,
갖가지 소리들이 울려대는데
장미가 어울릴법한
체리 나무로 만든다나, 바이올린은
뭐 아무튼.
몇 백 년 정도는 묵은 게
소리 내기에 좋다지
긴 비트 위에
아무렇게나 얹어보는
그런 소리들이 멀리로 퍼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
사실 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은
지도 위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백년 뒤에 넌 자신해?
니 인생에 대해
딥 블루,
딥 블루,
깊은 수면 속
하늘 위, 혹은 바닷속
침잠된 그 아래에서
퍼올리는 생각들은
어떤 문장으로 이루어졌나
언제의 기억들과 마주침들로
엮여있는가
변하질 않는 정신머리
삶을 어지럽게 하는데,
그저 하루를 간신히
지냈다면 믿을까
태양 아래 바라보는 먼 풍경들이
그나마 숨 쉴만한 공간이 돼
서울 하늘 아래,
라는 말을 주워섬긴
가사들이 꽤 많은 걸 알아
그들 중,
그 인생들 중에서
내가 몇 번째 인생일까
세어보는 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자네, 동생은.
과연 순번을 매겨서 알 수 있는 것인가,
행복이란 게
돈으로 값어치가 정해지지 않는 게
사람의 하루라는 데
동의를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어쨌든 붉은 색의 불안감
고조감은 결국
누군가의 핏값으로 산 평안이라
이 한국 땅 위에서
얻게 되는 한 조각의 위안
침대 속에서 겪게 되는
평안한 잠이
그토록 고귀한
값어치를 지닌다는 게
내 설명이야
불안감의 극대화는 결국
언제 가장 편안하게 잠들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네 삶을
조금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하지
박자를 맞춰 내뱉는
곱게 읊조리는 소리들은
자장가가 되거나,
혹은 소음이 되거나
어쨌거나, 심장 박동에 따라 외는
주절거림은 우리의 불안감을
없애주는 데, 그게 바로 힙합이네
힙합에 들지 못한
탈락된 소리라며 내뱉는 랩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 안 그래.
스포츠는 1등을 하는 사람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렇게 여긴다면 넌
죽어도 그 스포츠에 참여하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