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신관 유리 건물 아래 바람 메마른데
그 계단 아래 차가운 돌 벤치 위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이름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예약도 티켓도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구나
마지막 객차 빈자리에 깊이 파묻혀
어느 봄날 누군가의 빗자루에 쓸려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모던한 투명 빌딩 현관 앞의 바람 살을 에이는데
지하철 어둔 돌계단 구석에서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바코드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햇살 빛나는 철로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통곡같은 기적소리도 없이 다만 조용히
어느 봄날 따사로운 햇살에 눈처럼
그 눈물 처럼 사라져 주듯이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