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서(序)

풍경

글.곡 송봉주

나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은 애타는 목마름이 아니요
가눌수 없는 슬픔에 돌아 섯을 뿐이오
나무엔 열매가 없어도 가지에 꽃은 피지 않아도
하늘을 우러러 난 부끄럽지 않소

천년을 살아 온 힘센 팔로 하늘을 품고
비바람 눈보라 이겨낸 뿌리 깊은 나무요
아무도 날 찾지 않아도 누구도 날 부르지 않아도
언땅위에 우뚝 선 난 푸른 겨울 나무요

끝없는 고통의 사막이요 나눌수가 없는 아픔이요
캄캄한 하늘아래 내가 섯을 뿐이요
마음이 가난할 지라도 내일이 오늘 같을 지라도
움켜쥔 흙이 있어 난 두려웁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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