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 시작할 때 현기증이 날 만큼 짜릿했었지
먹는 양이 늘었고 둘 다 살이 좀 올랐지
장도 보러 다니고 인터넷으로 참 많이도 사댔지
평생 써도 될 만큼 많은 비눌 사곤 한 참 웃었지
근데 그 많던 게 어제 마침 똑 떨어지더라
아쉽지 않으니 그게 좀 묘하더라
혼자 된 후에 신경 쓸 게 많아
미처 챙기질 못했는데
그깟 비누 또 시키면 되지
익숙하게 구부러진 골목을 지나 혹시 만날까
바뀌지 않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진 않을까
더 이상 내가 너를 그리워하지 않는 게 편하기만 해
잠깐 번거로웠어
유일하다고 특별하다고 믿었단 게 믿기지 않아
이별이 슬픈게 아닌 다시금 혼자라 슬펐지
구질구질하게도 몸은 너를 기억한다
빨리도 닳고 물러질 거면서 견고한 척을 했네
못됐나봐 내가 사람 싫어지는데 이유 따위 없더라
아무렇지 않은게 잘만 사는 게 그나마 위안인데
유일하다고 특별하다고 믿었던 건 조금 슬프다
아무렇지 않은게 잘만 사는 게 그나마 위안인데
유일하다고 특별하다고 믿었던 건 가끔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