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

안치환

한몸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어디선가 삐그덕 삐그덕
나라고 믿던 내가 아니다
딱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게 삐긋하더니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저도 몰래 손발도 가슴을 배신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한맘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늘 가던 길인데 가던 길인데
이 길밖에 없다고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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