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낯선 꿈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한 번쯤 그 어깨의
짐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 위
베갯잇은 퍼래
차가운 바닷 물감을
찍어 놓은 듯이 번지네
짜디짠 나의 온기는
당신에게 못 옮기네
그 이불 속의 공기는
데워지지를 못해
온 몸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식은땀을
열병의 치열함에서
벌겋게 익어감을
서랍 안 만능의 빨간 약을 찾아다
붉은 이마 위에다 바르면
당신이 나을까
이제 와서 보니 나는 딱딱한
작은 부리의 새처럼
당신을 상처 내고
구멍 낸 채 숨었네
허나 무방비로 잠든
맨 얼굴을 드러낸 당신은
그런 날 그런 대로
여태까지 품었네
끌어안은 이불 속
몸부림에 갇힌 채
민낯을 환하게 드러내고
꿈꾸는 당신
서리 앉은 침대 위의 새벽은
툰드라의 아침
선잠 안에서 얼어 붙은 채로
꿈꾸는 당신
그대의 낯선 꿈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한 번쯤 그 어깨의
짐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
무얼 하고 있길래
그리 땀을 흘리는가
대체 무얼 찾고 있길래
그리 얼굴 붉히는가
내가 상상도 못 할 그 곳은
어디쯤인 건지
작은 몸 파르르 하얗게 떨며
움츠리는가
감은 두 눈 속을 헤엄치듯이
눈동자는 헤매고
말라가는 거친 입술은
낯선 말을 되뇌어
콜록거리던 기침은
눈보라처럼 차갑고
허우적대던 발버둥은
치열하게도 사나워
걷어차 버린 이불을
고이 살포시 덮어 주면
혹시나 새 봄이 찾아올런지
불덩이 같은 이마 위에
내 손을 살며시 얹어 주면
폭염의 그 날이 잦아들런지
어찌 당신은 홀로 버텨내는가
수십 년의 밤을
맨 몸으로 벗겨내는가
돌아올 당신을
온 몸으로 맞이하려 하네
꿈 속의 현관 앞으로
나 마중 나가네
그대의 낯선 꿈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한 번쯤 그 어깨의
짐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
어디쯤을 날고 있을까
어딜 헤엄치고 있을까
뭘 헤쳐나가고 있을까
하염없이 가려지던 밤
어디쯤을 날고 있을까
어딜 헤엄치고 있을까
뭘 헤쳐나가고 있을까
하염없이 가려지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