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모퉁이를 돌아
내 배웅이 끝나는 곳
오렌지 빛으로
우리를 그려 주던 가로등
걷다 보면 키가
점점 더 커졌었는데
너의 손을 잡던 내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너와 걸음을 맞추던
내 오른발은
애꿎은 돌멩이만 걷어차는데
저기 슈퍼 앞
항상 불 켜진 자판기에서
설탕이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마시며 호호 불던
귀여웠던 네 입술
가을이 지나가던
연남동의 작은 포장마차에서
밤이 새도록 얘기를 나누었었던
너와 나 우리 둘
시간이 지났어도 이 골목엔
모두 그대로 있는데
가로등도 날 알아보는데
이젠 못난 나만 혼자 걷는다
그림자는 하나다
여기 슈퍼 앞
항상 불 켜진 자판기에서
이제는 삼백원이 된
커피를 마시며
어리석던 내가 원망스러워
가을이 지나가던 연남동에
다 큰 어른들이 낄낄거리며
그네를 타고 웃고
아이처럼 뛰어놀던
시간이 지났어도 이 골목엔
모두 그대로 있는데
가로등도 날 알아보는데
이젠 못난 나만 혼자 걷는다
못난 나는 혼자 걷는다
그림자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