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방백 (bahngbek)

습한 여름 밤
너와 난
좀 더 갈 수 있을까
강은 범람하는데

강을 따라 걷는 밤
그때에 우리는
미친 듯 농담을 하며
완벽히 행복했지

지나가는 구름과
음악과 벌레들과 비행기

지나가는 강물과
바람과 사람들과 자전거들

벌써 저만큼
벌써 저만큼 벌써 저만큼

가로등이 물에 잠긴 밤
여전히 정답지만 우린
더는 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아마 알고 있었지

강을 쳐다보는 밤
모처럼 건조한 밤
복잡하고 밝은 빛 저기서
고요히 아른거리네

지나가는 구름과
음악과 벌레들과 비행기

지나가는 강물과
바람과 사람들과 자전거들

지나가는 먼지와
사연들과 물새들과 연인들

지나가네
어느새 벌써 벌써 저만큼

지나가는 비가 와 지나가는 비가 가
지나가는 너와 나 한강을 쳐다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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