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오후가
더디게 지나고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이 시간
어느새 하늘에
붉은 기는 가시고
짙푸른 구름만이
번져가고 있어
길었던 한낮의
더위가 흩어져
서늘한 바람이
감싸는 이 거리
이상해 오늘따라
참 따분했지
저기 우리 손 잡고
동네 한 바퀴 걸어볼까
너와 나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아득했던 정적마저 그리워질
푸른 별보다 반짝이는
이 순간이
너무 훌쩍
지나버리지 않기를
아 나의 어느 여름날
난 이렇게 너는 또 그렇게
나긋한 시선으로
서롤 바라보다
살며시 흐르는 단 공기에
문득 걸음을 멈춰
조용히 웃어 보이네
너와 나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아득했던 정적마저 그리워질
푸른 별보다
반짝 이는 이 순간이
너무 훌쩍
지나버리지 않기를
우릴 향해 속삭이던
밤하늘의 막연했던 소란마저
그리워질 푸른 별보다 찬란했던
그 순간이 너무 훌쩍
잊혀버리지 않기를
아 나의 어느 여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