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한 체념 하나

규원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시간을 혼자서 여러 해 보낸 후에
나조차 무얼 했는지 몰라 많이 서글퍼졌을 때
거리로 다시 나와 한 번 더 의미 없는 자취를 굳이 남기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들리지 않는 고함을 치네

`난 여기 있어`
그리곤 혼자 목이 매여와
대답도 없는 세상을 잠시 바라보았어
누가 말을 걸어줄까봐

내게는 어쩐지 우연이라는 선물도 주어지지 않았어
함께한 시간은 제법 충분하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어
새벽 창에 이슬이 아닌 눈물이 맺힌 어느 날이면
난 여기 없을지 몰라 날 위한 큰 체념 한 번은 용서해 줘요

`난 곧 떠날꺼야`
그리곤 혼자 목이 매여와
대답도 없는 세상과 새끼손가락에 겨우 걸렸던
인연을 놓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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