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s

Caetano Veloso

Caetano Veloso - A Foreign Sound

음반사: Universal
발매일: 2004.05.14
장   르: World(제3세계음악)

1. Carioca
2. So In Love
3. Always
4. Come As You Are
5. Feelings
6. Love For Sale
7. Man I Love
8. Smoke Gets In Your Eyes
9. Cry Me A River
10. Jamaica Farewell
11. Nature Boy
12. (Nothing But) Flowers
13. Manhattan
14. Diana
15. Summertime
16. It's Alright, Ma (I`M Only Bleeding)
17. Love Me Tender
18. Body And Soul
19. If It'sS Magic
20. Detached
21. Something Good
22. Blue Skies

브라질 현대 대중음악의 거장, 까에따노 벨로수(Caetano Veloso)

까에따노 벨로수는 브라질 대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도리발 까이미(Dorival Caymmi)가 구축한 아름다운 시적 전통을 잇고 있는 현대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거장이다. 까에따노 벨로수라는 이름은 이제 우리에게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 Talking To Her>에서 희끗희끗한 백발이 성성한 60대 노인의 주름진 얼굴을 한 채 실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Cu cu ru cu cu paloma"를 부르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감정의 넘쳐남 없이 담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제된 목소리로 들려주던 한 남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오히려 우리의 가슴을 압박하는 초감동(超感動)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꾸밈이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늘게 떨릴 때는 짜릿한 충격이 피부를 타고 심장으로 흘렀다.
이것이 우리가 영화 <그녀에게>를 통해서 기억하고 있는 까에따노 벨로수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영화 속에서 깊은 현의 울림으로 그의 노래에 서정미를 더해주던 자케스 모렐렌바움(Jacques Morelenbaum)도 잊을 수 없다.
2001년 ‘Quarteto Jobim-Morelenbaum’의 일원으로 서울 공연을 가진 바 있는 그는 까에따노 벨로수의 오랜 음악동료로 편곡자로서 활동해온 첼로 연주자다. 보컬리스트인 그의 아내 파울로 모렐렌바움과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와 더불어 ‘Morelenbaum² /Sakamoto’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앨범 <집 Casa>을 발표해 국내 음악팬들에게도 호응을 얻은 바 있기도 하다. 까에따노 벨로수가 2004년에 발표한 색다른 앨범 에서도 자케스 모렐렌바움의 손길은 빠지지 않았다. 브라질 특유의 퍼커션 리듬과 세련된 28인조 오케스트라 반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음악적 수용성을 높이고 있는 그의 편곡솜씨가 곳곳에 드러난다. 여기에 더하여 그의 첼로가 이뤄내는 따뜻하면서도 깊은 감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현의 울림도 이 앨범의 성공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본 앨범의 주인공인 까에따노 벨로수의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만큼 그 성공에 기여한 것은 없다.
바이아 출신으로 이곳에서 브라질 문화의 뿌리를 탐색한 음유시인 도리발 까이미와 마찬가지로 그는 1942년 진정한 브라질 문화와 예술의 성지라 부를 수 있는 바이아(Bahia)에서 출생했다. 바이아는 잘 알려져 있듯이 아프리카의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있는 검은 영혼의 도시이자 자신의 뿌리를 토대로 외래의 문화와 예술을 왕성하게 흡수하고 녹여내는 용광로와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을 이 지역에서 보낸 까에따노 벨로수는 예술적 관심을 키워나갔고 음악과 예술, 문학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4살 아래의 누이 마리아 베따냐와 더불어 리우로 오면서 그는 1960년대 브라질 대중음악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중심에 서게 되었다. 바로 ‘트로피칼리즈무’(tropicalismo)운동의 시작이었다. 브라질 전통의 음악요소를 바탕으로 외래의 온갖 음악요소들을 결합해나간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은 브라질의 문학,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어 하나의 문화운동으로서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다. 특히, 군부독재 시대를 겪고 있던 브라질 사회에서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은 하나의 사회적 저항운동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생략과 시적 상상력이 가득한 뛰어난 노랫말로 까에따노 벨로수는 노래를 통해 군부독재에 대항해 싸웠고, 그 결과 1968년에는 그의 동료 지우베르뚜 질(Gilberto Gil)과 더불어 영국으로 추방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까에따노 벨로수라는 이름은 브라질의 정치적,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을 거치면서 그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을 녹여내 새로운 사운드로 주조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팝적인 사운드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음악적 감각 역시 방점을 찍어두어야 할 대목이다. 로큰롤과 재즈 퓨전의 악기편성, 자신의 시대에 진화하는 음악적 테크닉이 자신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압도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 보사 노바에서 블루스, 애시드 록, 포크 발라드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요소에서 팝적인 감각을 추출해내는 능력은 그가 천재적인 뮤지션임을 입증하는 요소들이다.
또 하나, 그의 목소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천부적 재능이다. 고요하고 그윽한 대화체로 멜로디를 풀어 가는 스타일은 쿨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로 보사 노바의 전설을 이룩한 조앙 지우베르뚜(Joao Gilberto)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미국 대중음악에 대한 까에따노 벨로수式 보답 : 앨범

영미권이 아닌 나라의 뮤지션이 자국 내에서 성공한 뒤 좀더 폭 넓은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자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사십 여년의 음악생활을 통해서 성공한 뮤지션으로 우뚝 서있는 그가 미국의 스탠더드 팝과 현대 팝을 재해석하고 있는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아울러 비영어권 뮤지션들이 영어권에 데뷔할 때마다 좀더 폭 넓은 청중을 확보하려는 상업적 의도가 그 동기일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까에따노 벨로수의 이번 앨범에도 겨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까에따노 벨로수 자신도 지난 4월 22일 BBC 브라질을 통해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음반은 국제무대에서 나의 존재마저 흔들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대중음악의 그토록 훌륭한 곡들을 파렴치하리만큼 자유로운 방법과 이해하기 참 어려운 스타일로 건드려 놓는다는 것은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다방면의 뛰어난 재능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까에따노 벨로수는 포르투갈어 문화권에서 뛰어난 시인으로도 통하고 있다. 언어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는 무척 소중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까에따노 벨로수는 자신이 감독한 영화 의 등장인물이 한 말을 인용하고 있다. “영어는 음악을 지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주제다. 왜냐하면 영어는 지배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을 지배하기를 원한다. 나의 고용주는 지배 그 자체를 지배하기를 원한다. 난 그에게 음악을 가르치겠어.”
비영어권 뮤지션의 한 사람으로서 영어로 노래한다는 점은 큰 위험이 따르는 모험이지만 이 앨범에서 그는 특별한 언어적 의미를 띠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뛰어난 프레이징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것은 프레이징(phrasing)과 멜로디가 노랫말만큼이나 노래의 민족적 특징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 대중음악 전반에 대한 그의 폭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는 새로운 사운드의 창조라는 창의적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60년대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의 선구자로서 미국의 록 음악에서 음악적 생명력을 흡수한 그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조지 거쉰의 “The Man I Love”와 아이라 거쉰의 “Blue Skies"와 같은 고전들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그는 너바나의 “Come As You Are”와 스티비 원더의 "If It's Magic"과 같은 근래의 노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곡들은 미국 청중들의 귀에 자신들의 노래들이 낯설게 ("foreign") 느껴지는 새로운 사운드로 거듭나고 있다. 콜 포터의 "Love For Sale"의 경우는 오리지널 곡에 스며있는 감정의 과잉을 걷어내는 꾸밈없는 곡 전개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모리스 앨버트의 "Feelings"는 신선함과 진솔함으로 가득하다.
또한, 자케스 모렐렌바움이 이끄는 28인조 오케스트라와 까를리뇨스 브라운(Carlinos Brown)의 아프로 브라질의 퍼커션, 타고난 재능을 갖춘 까에따노 벨로수의 아들 모레노 벨로수(Moreno Veloso)의 기타가 가세하여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열어 주고 있다.
는 젊은 시절 자신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던 미국 대중음악에 대한 까에따노 벨로수式의 보답이다. 그리고 그는 피부와 언어는 다르지만 그들의 문화와 전통들을 어떻게 서로 교류하며 녹여낼 수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글. 심영보 / C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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