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날이 서 있던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내 몸에 돋은 가시들 털어내고
뭐든 다 괜찮아지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것
모든 걸 안을 수 있고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지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지나고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을 수 있게 돼버렸지만
무난한 하루의 끝에
문득 그리워진 뾰족했던 나
그 반짝임이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 보게 되었네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만큼이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까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젠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가득히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