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홍진영

아직도 그대가 좋아
이곳을 난 떠나지 못해
어디에 있나요
잃어버린
내 사랑을 찾아줘요

자주 만났던 영등포를
지나칠 때마다
두리번거리네
우리 손 녹였던
허름한 술집은
어느새 허물어지고
높은 빌딩이 자리해
어디 있어 정처 없이
멈춰있지
어쩌다 보니
닮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
나는 또 이 자리에 기대

몇 번을 속았나 몰라
전부 다 그대 같아서
모두 따뜻한 표정들
적당한 미소들
나만 또 울고

몇 번을 믿었나 몰라
전부 다 그댈 닮아서
나를 찾아줘요
차라리 여기 가만
서 있을 테니

전부 내 이름만 궁금해
기억조차 못할 거면서
휘청휘청대면 안아주기만 해

멋진 사람 되고 싶었어
멀어진 만큼이나
길었던 머리도 잘라보고
좀처럼 안 입던 옷도
걸쳐서
여러 모습으로
하나 변한 건 없어 보이네
이 도시는 숲이 됐고
난 개미
정신 없게 지나치는
어깨 옆에
태연히 여태껏 외롭게

그대는 찾지 못하나
너무도 변해버린 날
어쩌면 나도 그렇게
다를 게 없어서
날 잊어가나

혹시 날 지나쳐갔나
멀리서 나를 봤어도
그대가 사랑한
그때 그 모습
지금과는 달라서

이 도시가 나를 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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