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랑노래 - 윤제림
누가 내게 금붙이 하나 해주시려거든
두 귀에 커다란 귀걸이를 붙여주시게.
동서남북 네 귀에 풍경을 달고 계신
관촉사 미륵님처럼
소리 나는 귀걸이를 달아주시게.
바람 속에 누가 숨어 지나는가 보고도 싶고,
드물겠지만, 나를 위해 부는 바람도 있는가
묻고 싶다네. 더럽고 어두운 내 귀에 대고
문 좀 열어달라며 귓속 시오 리 길 달려오는
가없는 끝소리의 임자를 찾고 싶다네.
사랑의 고백인 것 같지만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대체 어디쯤에서 떠오는지 알고 싶다네.
천년의 소식을 듣고도 제자릴 못 뜨는 저 용문산
은행나무처럼, 나를 옴짝도 못 하게 하는 그 기별이
시방 어디만치 오는가 알고 싶다네.
모르시고들 계셨는가,
여태도 나는 장님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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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이 세상에서 차라리 귀를 감고
바람에 실려오는 님의 숨소리를 듣는 눈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