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단시

정철호

노래 : 성창순, 전정민, 김성애

면회실 마루위에 세자식이 큰절하며 새해와 생일하례
보는이 애끊는다 아내여 서러워마라 이 자식들이 있잖소
이몸이 사는 뜻을 뉘라서 묻는다면
우리가 살아온 서러운 그 세월을 후손에 떠넘겨주는
못난조상 아니고저 추야장 긴긴밤에 감방안에 홀로누워
나라일 생각하며 전전반측 잠못잘 때
명월은 만건곤 하나 내마음은 어둡다 둥실뜬 저구름아
너를 빌려 잠시돌자 강산도 보고싶고 겨래도 찾고싶다
생시에 아니되겠으면 꿈이라면 어떨까
지난겨울 모진추위 눈물로 지샜는데
무정한 꽃샘바람 끝끝내 한을 맺네
우습다 천지이치를 심술편들 어쩌리 내게도 올것인가
자유의 기쁜날이 와야만 할 것인데 올때가 되었는데
시인의 애타는 심정 이내한을 읊었나
가족이 보고싶다 벗들이 보고싶다 강산도 보고싶고
겨레도 보고싶다 그렇다 종소리 퍼지는날 얼사안고 보리라
봄비는 소리없이 옥창밖을 나리는데 꼬록꼬록 낙수 소리
밤의정적 깨는구나 만상이 새봄이 왔다고 재잘대는 소리인가
망각의 뜰에도 봄은찾아 오는가 진달래 개나리 나비도 쌍쌍이네
묶인몸 한많은 세월 너와같이 살리라 저기오는 저구름아
북풍따라 은구름아 무슨 소식 가졌기에 하그리 바삐온가
지난밤 꿈자리사나 가슴설레 있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있고
범에게 물려가도 살아오는 길이있다
이겨레 반만년 의지 이 말속에 담겼다
주님의 손목잡고 만당원정 하닐적에 눈물은 강이되고
한숨은 뭉친구름 언제나 이한을 풀고 기쁜날을 살거나

1982년 청주 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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