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죽장망해 - 박귀희
죽장 (竹杖) 짚고 단표자 (單瓢子)로
천리강산을 들어 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 (廬山)이 여기로 구나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은 옛말로 들었더니
의시은하낙구천 (疑是銀河落九千) 과연 허언이 아니라
그 물에 유두 (流頭)하여 진금 (塵襟)을 씻은 후에
석경 (石逕)의 좁은 길로 인도한 곳을 내려 가니
저익 (沮溺)은 밭을 갈고 사호 (四皓)는바둑을 둔다
기산 (箕山)을 넘고 넘어 영수 (潁水)로 내려가니
허유 (許由)는 어이하여 팔 걷고 귀를 씻쳐
소부 (巢父)는 어이하여 소 고삐를 거사렸나
창랑가 (滄浪歌) 반겨 듣고 소리 좇아서 내려 가니
엄릉탄 (嚴陵灘) 여울 물에 고기 낚는 어옹 (漁翁)들은
양의 갖옷을 떨쳐입고 벗을 줄을 모르는구나
오호라 세인기군평 (世人棄君平) 미재 (美哉)
군평역기세 (君平亦棄世)라
황산곡 (黃山谷)을 돌아드니
죽림칠현 (竹林七賢)이 모였더라
영척은 소를 타고 맹호연 (孟浩然) 나귀타고
두목지 (杜牧之)를 보이려고
백낙천변 (白樂川邊)을 찾아 가니
장건 (張騫)의 승사로다 맹동야 (孟東野) 넓은 들로
와룡강 (臥龍江)을 당도하니 학창의 혁대 (革帶) 띠고
팔진도 축지법 (八陣圖 縮地法)을
흉장만갑 (胸藏萬甲)하고
초당에 조을며 대몽시 (大夢詩)만 읊는구나
물외협경 (物外狹逕) 다 버리고 탄탄대로를 내려 가니
문수 (汶水)에 배를 타고 이천 (伊川)으로 흘러 저어
명도 (明道)에게 길을 물어 체석은 한가지로
염계로 내려가서 사서삼경 예기춘추에
집주 (集注)만 내시더라 호걸지풍 (豪傑之風)이요
성현지학 (聖賢之學)이라
고래천지기천년 (古來天地幾千年)고
금성옥진 (金聲玉振)이 여기로구나
강산풍경 (江山風景) 매양 (每樣) 보리
풍월 (風月)을 구경가세
이 강산 이 풍월을 게 뉘라 금할손가
음영완보 석양천 (吟영緩步 夕陽天)에
촌여 (村廬)를 내려가니
청풍 (淸風)은 서래 (徐來)하고 이히 이히
수파 (水波)는 불흥 (不興)이라
종일위지소여 (縱一葦之所如)하여
능만경지망연 (凌萬境之茫然)이라
밤도 놀고 낮도 놀고 노류장화 (路柳牆花) 꺾지말고
두고 보며 할 일은 하여 가며 지내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