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 년 ~^*
-윤동주 詩
여기 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