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속의 원처럼 둥글고 바퀴속의 바퀴와도 같지
시작도 끝도 없이 회전하는 수레바퀴처럼
산위를 구르는 눈덩이, 축제의 풍선처럼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 둥그런 달무리처럼
서로 스치며 지나는 시계, 얼굴위로 시간이 흐르듯
우주속을 도는 사과와 같은 세상
당신 마음의 풍차속에 들어있는 그런 원처럼
또 다른 터널로 햇살 비춘적 없는
동굴의 텅 빈 안쪽으로 이어진 그런 터널처럼
반쯤은 잊혀진 꿈 속, 언제나 원으로 회전하는 문처럼
혹은 누군가가 강물에 던진 조약돌로 생겨난 물결처럼
서로 스치며 지나는 시계, 얼굴위로 시간이 흐르듯
우주속을 도는 사과와 같은 세상
당신 마음의 풍차속에 들어있는 그런 원처럼
주머니속에서 쨍그랑거리는 열쇠처럼
낱말들은 당신 머리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여름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버린 건지
내가 말했었나?
해변을 걷는 연인들이 모래위에 발자욱을 남기고 있다고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였을까
당신 손가락이 내는 소리였을까?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들, 노래의 조각들
반쯤만 기억된 이름과 얼굴들,
그것들은 누구의 것이었나?
끝이라고 느꼈을 때 갑자기 알게 된 걸까?
가을 나뭇잎은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변해간다는 걸
나선형 속의 원처럼 둥글고 바퀴속의 바퀴와도 같지
시작도 끝도없이 회전하는 수레바퀴처럼
이미지들이 펼쳐지는 것처럼
당신 마음의 풍차속에 들어있는 그런 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