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있었어 어느 계절의 끝에
빛이 바랜 오래된 셔츠를 입고
끝이 무뎌진 아픔의 모서리만
소중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곤 했어
혼자 살아갈 듯 귀를 막은 채
흔들리는 욕망에 기댄 채
웃어 본지가 언제인지 잊은 채
그냥 터벅터벅 아무것도 아닌 나
저녁 일곱 시 들뜬 사람들 틈에
좁은 방안에 혼자
의미 없는 하루를 또 흘려
가끔 길을 걷다 멈춰 서곤해
누구라도 날 불러줬으면
상처 때문일까 먼저 손 내미는게
항상 난 어려운걸
알고 있었어 누구나 아픔을
짊어지고 가는데
나만 혼자 서서 작은 상처만
감싸안고 그자리
믿고 싶었어 내 마음 어딘가
열리지 않았나 봐
기억하고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
알고 있었어 누구나 아픔을
간직한채 사는데
나만 혼자 서서 작은 상처만
감싸안고 그자리
믿고 싶었어 내 마음 어딘가
열리지 않았나 봐
기억하고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
알고 있었어 우리가 걸었던
파도소리 들리는
푸른 그 풍경은 아직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걸
믿고 싶었어 내 마음 어딘가
열리지 않았나 봐
기억하고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