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고 그다음 찬물을 버려
냉랭한 유리잔 안에 독한 술을 붓고
'똑딱' 초침 소리가 싫어서 방문을 걸어 잠근다
알콜향기 가득한 잔을 털어 넣고 '관둘까?' No
버려졌던 생각의 칼을 잡는다
서러웠던 암흑과의 싸움에 지친 작은 발
호흡! 이것은 일종의 거친 호흡
누군가 내게 말해 "넌 너무 착해"
안 된다는 얘기만 해 그 버릇 탓에
어느 카페 안, 북적이는 테이블 가운데
풀어놓는 이야기처럼 적응 안 돼
창틀 넘어 코끝으로 가만히 스며드는 바람이 제 스스로 말하길
가난이란 잔가지 끝에 매달린 잎사귀 같아
외롭고 높아 근데 빛나진 않아
아름답지 않아 내가 걸어온 길들은
다들 같지 않나? 웬만한 일에는 시큰둥
흥미를 못 찾는 중, 매일 똑같은 꿈
흐르는 강물 속 돌멩이들을 꼭 닮은꼴
그저, 살아지다가 사라지는 법
살아지는 동안 절대로 안 낮아지는 벽
늘어나는 벽돌 수만큼 더 많아지는 적
가진 하나를 잃은 것 때문에 더 많아지는 겁
창문을 닫아 밖으로 나갈 시간이야
하늘은 얼마나 높고도 환한 빛깔인가
나 비록 사람 같지 않아 보이는 삶을 살지만
그만큼 타락하진 않았다고... 바닥은 아니야
오늘도 난 친구를 묻네 익숙한 침묵
잔에 닿은 입술은 굳게 다물어진 지금
흘러가는 흰 구름 끝에 걸려있는 질문
어디에 있나 소중한 나의 옛 친구
사는 동안에 나름 골라낸 많은 선택안 중에
하나 뽑아내 보면 별거 없이 그저 초라해
하찮은 욕망 때문에 알고도 속았기에 문제는 끝도 없이 생겨났고
돈 안 되는 일에는 고개를 돌렸던 나 '누가 보답해준대?'
그런 생각들이 결국 이 나를 농락했는데
못 찾겠는 해답에 매달린 매일 밤
남겨진 일기가 과연 내 대답이 될까?
사실은 난 살고 싶어서 아니면 갖고 싶어서
뭔가를 받고 싶어서 산 건 아니야 단지
갈 곳이 없어 출구를 찾고 싶어서
문턱을 밟고 싶어서 섰을 뿐이야 잠시
이곳, 지옥과도 같은 미로 안에 피로
아물지도 않을 상처들이 지독히도 싫어 신께 올리던 기도
빌고 빌어, 나는 아니길 피노키오
(하지만 그게 나)
허나 또 다른 늪이야, 벗어나 봐야 진흙 속
그 안에서 피는 꽃? Hell, No! 지는 꽃
떨어진 꽃잎에서 같은 싹이 돋아날까? 난 아니라고 말한다
또 다른 숲이야, 벗어나 봐야 어둠 속
머뭇거리는 발걸음은 안개를 머금고...
꺾어진 가지에서 값진 삶이 솟아날까? 난 아니라고 말한다
Geppetto 당신은 날 가만 바라보고 있다
기어이 망치는가 바닥으로 잠기는가
아니면 삼키든가 다치든가 잡히는가
속삭이는 자를 믿다 바다에 빠지는가
당신은 날 가만 바라보고 있다
기어이 망치를 든 자 그건 당신 아니던가
누가 날 앞지를까 겁나 욕심만 살찌운 나
그래도 반기는가
그래, 그것이 삶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