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2화 - 돼지들이 사는 지하철

팻두(Fatdoo)
앨범 : 인류 최후의 일기장

얘야 어디가니?
엄마 나 만화책사러 타임스퀘어 갔다올게요.
어 조심히 다녀와 차 조심하고,

지하철에 탔는데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가 하필 왜 퇴근시간에 지하철을 탔지?
분명 사람은 꽉 찼는데 자꾸 밀었다.
내릴 때나 탈 때나 너무나 지옥같았다.
재밌는 만화책을 얻기 위한거니 참아야지.
아저씨들 냄새나 나는 머리 제대로 감아야지.
그 순간 예쁜 누나 엉덩이가 어우(와우~)
이런 공간에서 나같은 어린애가 누나 허벅지를 쓱만지고 '아 누나 미안해요' 하면 되는건가?
그 순간 난 내앞에서 무언가 목격했다.
어떤 아저씨가 누나 엉덩이에 손을 갖다댔어(어)
누나는 당황해서 몸이 얼어버렸다.
아저씨는 더 대담하게 누나를 더듬었어.
누나의 얼굴은 새빨개져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
안돼겠어. 내가 저 돼지새끼를 물리치자.
지하철의 성추행범을 내가 물리치자.
아저씨 왜 이 누나 엉덩이 자꾸 만져요?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뭔 소리야 내가 언제!
저럴 줄 알았어.
우기기 작작 바보같애.
범죄자들은 목소리만 진짜 컸다. 똑같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저기 다음역이 구로역인데 여기 성추행범 있거든요. 빨리와주세요)
그 순간 누나가 갑자기 막 펑펑 울었다.
사람들이 꽉 껴서 오갈 데도 없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다음 역 문이 열리자마자 아저씨가 토꼈다.
남자 세 명이 엄청 따라가서 아저씨가 막 쫒겼다.
왜이래? 증거있어 증거?
난 누나 손을 잡고 잠깐 같이 내렸다.
증인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누나는 아직도 펑펑 울었다.
하얀 블라우스가 눈물로 젖었다.
커다란 문어 머리 같은 게 들어갔다. (이게 뭐지?)
암튼 경찰들이 와서 데려갔다.
생각만해도 저 나는 오늘 엄청 귀찮은 저녘을 보낼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다들 참고 그러는 것 같은데 절대 안 된다.
자꾸 참으니까 만지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는 거다.
그런거 밝히는 여자가 되고싶지 않으면 소리질러라 소리.
(꺄아아악)
이렇게 지르면 된다 이렇게. 똑같지? (악) 이렇게 헤헤헤
어? 다왔다 헤헤헤.
얼른가서 만화책 사야지.
와~ 타임스퀘어 사람 진짜 많다.
빨리 만화책 사러가야지.
어? 우와 이거 표지 되게 예쁘다.
뭐지 베스트셀러?
스탠포드를 나온 용?
앞에만 잠깐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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