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현성

창문 너머로 낮은 저물고
고단한 햇살 나무 뒤에 몸을 기대어
내 어깰 살며시 내줘
노을에 물들어 붉어진 하늘이
애써 눈물 참는 듯해
머물고 싶었던 여린 바람도
어디론가 흩어지는데
두 팔을 벌려 하늘에 가슴에 담아두게
좀 더 안아주고 싶어
지친 하루하루가 저마다 눈부시게
한숨마저 흘려보내
바람길에
터덜거리는 걸음에 맞춰
하나둘씩 바빠지는 밤의 풍경은
나직이 위로를 전해
바람을 머금고 흔들리는 꽃이
아쉬운 듯 인살 건네
머물고 싶어도 떠나야 하는
우린 모두 서로를 닮아
두 팔을 벌려 하늘에 가슴에 담아두게
좀 더 안아주고 싶어
지친 하루하루가 저마다 눈부시게
한숨마저 흘려보내
바람길에
두 팔을 벌려 하늘에 천천히 흩날리게
잠시 끌어안아 멈추고 싶어
스쳐가는 모든 게 아쉽고 또 그리워
다시 꿈을 꾸고 싶어
바람길에
모두가 찬란하던
시간의 꽃을 피운 바람길
언제든지 돌아오면 돼
바람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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