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의 비

Story : 김민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내 나이 스무살 긴머리가 어울리던 그의 어깨가 참 외소해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건 세번째 만나던 술취한 밤 나를 엎고 가던 그의 체온에서 하나임을 느끼던 그 후로도
함께 했던 술취한 밤 반듯한 그의 입술과 거침없는 그의 눈빛은 나를 늘 취하게 만들었다
그는 신이였고 나의 나라였으며 꿈이였다

그가 군입대 하던날 우리는 많은 것을 약속했었다 이별만 빼고는 모두 다
짧게 깍은 그의 머리가 그를 더 슬퍼 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다시는 못올 사람처럼
그렇게 그는 부모님에게는 그리움을 나에게는 추억을 남기며 더 멀리 떠났다 마치 다시 올사람을
까만 액자 속에 그의 사진은 자신의 이런 죽음을 예감했을까 향냄새의 허탈함 속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그가 내게 남겼던 마지막 말을 기억해내려 했지만 생각나지 않았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채 이별하고 있었다
그를 잃어버린 아픔에 시달리면서

그를 땅에 묻던 날 사랑했던 일들이 낱낱이 떠올랐다
같이 듣던 November Rain 그리고 데낄라 나를 열광하게 했던 스물한송이 빨간 장미
그해 처음 맞이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완벽했던 밤 그의 웃던 얼굴 그의 화내던 얼굴
아직 안녕이라는 말만은 준비하지 못해 그를 내가슴에 묻기로 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나 혼자뿐이였다

2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를 추억한다
그의 이른 죽음과 긴 이별 결코 들을 수 없었던 마지막 인사 잊혀지기엔 아까운 느낌들
그리고 그의 만지고 싶던 손
99년 여름 그 그림속의 비는 지금도 내 가슴속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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