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멀리 온 걸까
메마른 바람이 불어와
문득 감은 눈을 떠보니
시들어버린 나 혼자만
또 남아있다
구겨진 시간을 펴보니
온통 못난 주름뿐인데
날 다그쳐 달려 온 여긴
어디쯤일까 난 자꾸만
뒤 돌아본다
길었던 어둠의 끝에서
쏟아지는 비를
누구보다도 난 기다렸던 거야
눈물이 스민 자리에
다시 내가 피어 자라게
남김없이 나를 적시고
새로운 빛의 길로 흘러가
수없이 길을 잃어도
끝내 다시 찾아낼 수 있게
나 그날에
고된 세상을 끝까지 안는 거야
미완성된 이야기가
눈부시게 끝날 수 있게
바래본다
Let it Rain
Let it Rain
시간의 해일 속에서도
휩쓸림 없이 굳게 서서
온전한 나로 살 수 있게
부서져버린 심장 속에
아직 빛나는 날 찾아내
빛으로 걸어갈 수 있게
Let it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