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다 깨어나
한참을 뒹굴거리다
전화벨 소리에 겨우 일어나
여보세요
그 아이의 조금은
잠긴 목소리
지금부터 내 말 똑똑히 들어
난 지금 27층 아파트 옥상
난간 위에 혼자 서 있어
모르겠니
이게 내 마지막 얘기야
전화가 끊기자 마자
난 서둘러 샤워를 했고
파라솔 그림의 셔츠를 입었지
문을 잠그고 나와서
늘 타던 버스를 탔지
이렇게나 맑은 하늘 아래
넌 지금 27층 아파트
옥상 난간 위에 혼자 서 있어
알고 있어 그게
네 마지막 얘기야
난 지금
우리 처음 만난 곳으로 가
네가 올 때까지 있을게
모르겠니 이게
내 마지막 얘기야
바람도 거의 없고
너무 덥지도 않고
햇살의 반짝임에 간지러운 날
자전거타기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배드민턴치긴 딱 좋은 날씨에
난 지금
우리 처음 만난 곳으로 가
네가 올 때까지 있을게
그 곳에서
네가 올 때까지 있을게
넌 지금 27층 아파트 옥상
난간 위에 혼자 서 있어
알고 있니
거기선 내 셔츠도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