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판은 그렇게도 쉬웠었는데
점차 압정들은 늘어만 가고
사과는 바로 앞에 놓여 있는데
애벌레는 쉴새없이 앞길을 막네
더 이상 찾지 않던 애뮬을 깔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무지 깰 수 없던 12스테이지를
드디어 깨게 되었을 때
어느새 돌아보니 보이지 않네
너구리를 하던 어느 날 오후에
아무렇지 않게 또 잊혀가겠지
누가 오락을 하든 나는 또 바쁘게
타일 벽에 부딪혀 울리는 울음소리
알몸으로 축 쳐져있네
차가운 타일 바닥에 떨고 있는지
아니면 흐느끼고 있는지
고개를 들어보니 네가 있었네
너는 때타올을 한 손에 끼우고
내 등을 밀어주는 네게 말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