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원하는 건 다 할
만큼의 환경에 살아
부러움이란 단어를 모르고 살아
그게 딱 아홉 살 까지
97년 한파는 아직 어리던
날 스쳐갔지 아니 덮쳤지
피아노 미술 웅변 모든 학원
스탑 해도
귀찮은 일 줄어 철없이
그저 좋았고
어린 동생 데리고 온
동네를 휘저었지
따르는 친구들에 마냥 좋았지
그러다 5학년 평소같이
하던 벼락치기에도
떨어진 성적에 자존심 다치고
노가다 하시던 아버지께선
퇴근길에 술에 취해
내방에 들어와
방문을 잠그시고는
흐느껴 우시며
드라마 속 카이스트
가라 하셨지
너만은 꼭 배워서
뭐라도 되라고
거길 가면 모든 걸 지원해
준다 더라고
없는 형편에 나중에 커서
다 갚겠다며
학원에 보내달라 엄마를 졸라
그러곤 그때부터 학원에서
새벽까지
여태 해본 적 없던 공부에
매달렸지
매일 상처 하나씩 늘어
들어오시는 아빠에
시작한 맞벌이에도 혹
내가 졸릴까
나 잘 때까지 기다리시던 엄마
매일 함께 놀던 오빠 없이
혼자 있던 동생
옷 한 벌 없어 매일 교복을
입고 학원에 가도
마냥 꿈을 꾸던 행복했던
그런 아들
3년을 네 시간씩 자며 버텨도
단 한번 졸 수 없던 그런 아들
노력의 결과가 보여 원하던
고등학교 합격
나아진 형편에도 오로지 내
꿈만을 바라보며 나를 태워
남은 나를 마저 태워
꿈이었던 대학 진학 7년의 꿈
이뤘지만 그때 난 꿈을 잃어
더는 태울 것이 하나 없어
흘려 보낸 2년
이젠 뭔가 하고 싶어
잘 하고 싶어 이제서야 갖게
된 온전한 나만의 꿈을
잘 하고 싶어 치열한 20대
조금 늦은 것 같은 올라선
출발선 위에서
잘 하고 싶어 이제서야 갖게 된
온전한 나만의 꿈을
잘 하고 싶어 치열한 20대 나
이제야 하고픈 걸 찾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