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낡은 유모차에
젖은 종이 박스
두어장 싣고 가는
노파를 봐도
이제 더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므로
네온 불빛 휘황한 신촌
온몸 고무로감고
사람 숲을 천천히
헤엄쳐 가는
장애인을 봐도
가슴 저리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우우 우
난 좌파가 아니다
천일 가까이 한데
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를 봐도
이제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으므로
제초제를 마시고
죽는 농민을 봐도
몸에 불을 질러
죽는 농민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우우 우
난 좌파가 아니다
우우 우 난
우우 우 난
좌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