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살아도
모든 게 신기하던데
엉덩이에 똥 묻히고 돌아다니는
영철이네 개새끼도 반갑고
어쩔 때는 그 똥구멍도 참 예뻐.
한 여름에 쭈쭈바 하나
빨아 먹어도 달고
핫도그에 그 캐첩 뿌려먹는 것도 좋은데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냐.
마른 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에 피어오르는 흙 먼지도
벌레 먹은 나뭇잎이
거리에 가득 쌓인 것도 좋고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에 있는
까만 점도 정겹고
수요일 마다 동네 어귀 들어오는
용달차 순대 아저씨도 괜시리
반갑고 반가워.
봄이면 하얀 솜사탕 처럼
부풀어 오르는 목련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이렇게 아직도 설레는데
날마다 살아도
모든게 신기하던데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냐.
장마철에 후두둑 거리는 빗소리에
부침개 해먹는,
늘 분홍신 신고 다니는
영철이 할머니도 좋고,
약국에서 꽁짜로 주는
영지오백도 좋고,
대파 한 단 살때마다
꼬박꼬박 백원씩 깎아주는
채소가게 주인도 좋은데
이토록 다 좋은데
이토록 다 좋은데